녕하세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어느덧 24년째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현지 블로거입니다. 오늘은 단어조차 생소한 퀘벡 프랑스어에 대해 알아보겠슴니다
흔히 북미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도시라고 하면 캐나다 퀘벡주의 몬트리올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셨거나 유럽 프랑스를 여행해 보신 분들은 “프랑스어만 할 줄 알면 몬트리올 생활도 아무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파리에서 온 프랑스인들조차 몬트리올 공항에 내려 현지인들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곤 합니다. 심지어 “분명 같은 프랑스어인데 자막이 필요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인데요.
오늘은 몬트리올 거주 24년 차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프랑스어(Français 표준어)와 몬트리올의 퀘벡 프랑스어(Québécois)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현지 생활에서 알아두면 유용한 문화적 차이 5가지를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1. 하루 세 끼 식사를 부르는 이름부터 다르다
몬트리올 마트나 식당, 브런치 카페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겪게 되는 혼란 중 하나는 바로 ‘식사 명칭’입니다. 프랑스 본토와 퀘벡은 아침, 점심, 저녁을 부르는 단어가 한 단계씩 밀려 있습니다.
| 식사 구분 | 유럽 프랑스어 (표준) | 퀘벡 프랑스어 (Québécois) |
| 아침 식사 | Petit-déjeuner | Déjeuner |
| 점심 식사 | Déjeuner | Dîner |
| 저녁 식사 | Dîner | Souper |
프랑스 파리에서 ‘Déjeuner’는 점심을 의미하지만, 몬트리올에서 현지인이 “오늘 Déjeuner 같이 할까?”라고 한다면 이는 아침 식사나 브런치를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몬트리올에서 저녁 약속을 잡을 때는 ‘Souper’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현지 식당에 예약할 때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이 차이를 모르면 전혀 다른 시간대에 식사 장소에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질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2. 프랑스인도 깜짝 놀라는 퀘벡 고유의 일상 어휘
퀘벡 프랑스어는 영국 및 미국 문화권과 인접해 오랜 시간 영향을 받으면서, 외래어와 결합하거나 고유하게 발전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 본토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 동네 편의점을 부르는 이름: Dépanneur (데파뇌르)
프랑스에서 ‘Dépanneur’는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출동하는 ‘수리공’이나 ‘견인 기사’를 뜻합니다. 하지만 몬트리올에서는 동네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을 의미합니다. 급한 일이나 생활상의 불편을 해결(Dépanner)해 준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는데요, 몬트리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현지 단어입니다.
🥤 탄산음료를 주문할 때: Liqueur (리쾨르)
프랑스 본토에서 ‘Liqueur’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나 ‘리큐어 술’을 뜻합니다. 하지만 몬트리올의 마트나 식당에서 “Liqueur 한 잔 마실래?”라고 한다면 그것은 ‘탄산음료(콜라, 사이다 등)’를 의미합니다.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이나 여행객들이 식당에서 이 단어를 들으면 “낮부터 웬 술을 마시라는 거지?”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 자동차를 부르는 친근한 호칭: Char (샤)
프랑스에서는 승용차를 ‘Voiture’나 ‘Auto’라고 부르지만, 퀘벡 현지인들은 일상 대화에서 자신의 차를 ‘Mon char(내 차)’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표준어로 ‘Char’는 마차나 전차를 뜻하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에게는 매우 고풍스럽거나 어색하게 들리지만, 몬트리올에서는 입에 착 붙는 생활어입니다.
🍽️ 그외의 단어들

- Cordeau / Gomme à mâcher 대신 ‘Gomme’: 껌을 가리킬 때 프랑스에서는 보통 ‘Chewing-gum’이라고 부르지만, 퀘벡에서는 깔끔하게 ‘Gomme’이라고 부릅니다.
- Shopping 대신 ‘Magasinage’: 프랑스 사람들은 쇼핑을 말할 때 영어를 그대로 가져와 “Faire du shopping”이라고 하지만, 퀘벡은 언어 보존 정책이 엄격하여 프랑스어화된 표현인 “Faire du magasinage”를 공식적으로 사용합니다.
- Stop 표지판 대신 ‘Arrêt’: 프랑스 도로의 정지 표지판에는 영단어 “STOP”이 적혀 있지만, 몬트리올 거리의 정지 표지판에는 한글로 ‘정지’에 해당하는 “ARRÊT”가 큼지막하게 찍혀 있습니다.
이처럼 외래어 배척과 언어 순화에 있어 퀘벡은 프랑스 본토보다 훨씬 엄격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습니다.
3. 현지 마트와 일상에서 쓰이는 퀘벡 특유의 어휘
몬트리올에서 24년을 살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은 동네 슈퍼나 마트에서 쓰이는 실전 어휘들입니다.
💰 동전과 돈을 부르는 호칭
- Un pias (피아스): 캐나다 달러(Dollar)를 일컫는 퀘벡 구어체입니다. “C’est 5 dollars” 대신 현지인들은 “C’est 5 pias”라고 자주 말합니다.
- Cenne (쎈느): 센트(Cent)를 부르는 퀘벡식 발음입니다.
🛍️ 일상 소품 명칭
- Sac en plastique 대신 ‘Poche’: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찾을 때 프랑스인들은 ‘Sac’이라고 하지만, 몬트리올의 연배 있으신 현지인들은 ‘Poch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Breuvage: 음료수를 통칭할 때 ‘Boisson’ 대신 ‘Breuvage’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4. 억양과 발음의 결정적 차이: T와 D의 마찰음화
퀘벡 프랑스어를 처음 듣는 분들이 가장 생소하게 느끼는 부분은 단연 억양과 자음 발음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T]와 [D] 발음 뒤에 [i]나 [u] 모음이 올 때 ‘s’ 소리가 섞여 나오는 현상(Affrication)입니다.
- Tu (너): 프랑스 표준어로는 ‘뜌’에 가깝다면, 퀘벡에서는 ‘찌(Tsu)’처럼 발음됩니다.
- Tir (쏘다/당기다): ‘띌’이 아닌 ‘찌르’에 가깝게 들립니다.
- Dimanche (일요일): ‘디망쉬’가 아니라 ‘지망쉬(Dzimanche)’처럼 억양이 튀어 나옵니다.
또한 문장 끝을 올리고 내리는 어조의 억양이 음악처럼 리듬감이 넘치기 때문에, 프랑스 본토 사람들은 퀘벡 어조를 듣고 “마치 17-18세기 옛 프랑스 시골 농가에서 쓰던 고전 어휘의 향수가 느껴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5. 몬트리올만의 독특한 문화: “Bonjour-Hi” 인사법
몬트리올은 퀘벡주에 속해 있지만, 캐나다 내에서도 가장 다문화적이고 영어가 활발히 통용되는 대도시입니다. 그로 인해 탄생한 몬트리올 상점만의 고유한 인사가 바로 “Bonjour-Hi”입니다.
다운타운이나 플라토(Plateau), 몽로얄 주변 가게에 들어서면 점원들이 십중팔구 “Bonjour-Hi!”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이 인사는 “프랑스어로 대화하셔도 좋고, 영어가 편하시면 영어로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몬트리올 특유의 포용성과 실용성이 담긴 인사법입니다. 손님이 “Bonjour”로 답하면 프랑스어로 쇼핑이 진행되고, “Hi”나 “Hello”로 답하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전환됩니다.
💡 24년 차 현지인이 전하는 몬트리올 언어 적응 팁
몬트리올로 여행을 오시거나 유학, 이민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완벽한 프랑스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으라”는 점입니다.
몬트리올 사람들은 외국인이 서툰 프랑스어 한두 마디라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친절하게 다가와 주고 도와주려 노력합니다. “Merci(감사합니다)” 대신 퀘벡 현지인처럼 “Bienvenue(천만에요 – 영어의 You’re welcome 개념으로 사용)”라는 말을 식당에서 건네보세요. 점원의 얼굴에 단번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24년 차 몬트리올 블로거의 마침표
몬트리올은 단순히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도시를 넘어, 북미의 실용성과 유럽 프랑스의 감성, 그리고 300년 넘게 고유의 언어를 지켜온 퀘벡 사람들의 자부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유럽 프랑스어와 다르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 차이를 미리 알고 접한다면 몬트리올이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적 깊이를 훨씬 더 흥미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몬트리올 거리의 상징이자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몬트리올 야외 나선형 계단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몬트리올 생활이나 여행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